듀얼 필그림 인증 방법 | 산티아고+쿠마노 고도 완주 후 발급 후기
듀얼 필그림 인증 방법 | 산티아고+쿠마노 고도 완주 후 발급 후기
듀얼 필그림 인증은 검색해도 정보가 참 안 나온다. 산티아고 순례길 정보는 넘치고 쿠마노고도 정보도 이제 꽤 있는데, 두 길을 다 걸은 다음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받는지를 실제 경험으로 적어둔 한국어 글은 거의 없었다. 나도 그래서 반쯤은 "가서 물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갔다.
나는 2026년 2월 5일 생장피드포르를 출발해 3월 8일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했고, 귀국해 좀 쉰 다음 3월 25일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어머니와 쿠마노고도 나카헤치를 걸었다. 그리고 3월 28일 정오, 쿠마노 혼구 타이샤에서 듀얼 필그림 인증서와 기념 배지를 받았다.
이 글은 그날 실제로 어떻게 진행됐는지의 기록이다. 서류를 무엇을 들고 갔는지, 사무소에서 몇 분을 기다렸는지, 받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 그리고 못 하고 온 것 하나까지 그대로 적는다.
듀얼 필그림이란 무엇인가
듀얼 필그림(Dual Pilgrim)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일본 쿠마노고도, 두 길을 모두 걸은 사람에게 주어지는 인증이다. 두 길은 각각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순례길이고, 서로 자매길 협정을 맺고 있다.
그 협정이 관광 홍보 문구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걸, 나는 걷다가 눈으로 봤다. 쿠마노고도 길가에 산티아고에서 보던 것과 똑같은 노란 조개 표지석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남은 거리까지 적혀 있었다. 스페인에서 한 달을 그 표시만 보고 걸었던 사람 입장에서는, 일본 산골 마을에서 같은 조개를 만나는 게 꽤 이상하고 반가운 경험이었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 — 어느 구간을 얼마나 걸어야 인증 대상이 되는지, 즉 공식 등록 조건과 인정 코스는 운영 주체가 정해 공지한다. 이 글은 내가 받은 과정의 기록이지 조건 안내가 아니다. 조건은 아래에서 소개하는 공식 사이트에서 출발 전에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제도·조건은 바뀔 수 있다)
내가 실제로 걸은 두 길
인증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들고 갔는지부터 정리하는 게 순서일 것 같다.
| 구분 | 산티아고 순례길 | 쿠마노고도 |
|---|---|---|
| 기간 | 2026년 2월 5일 ~ 3월 8일 32일 | 2026년 3월 26일 ~ 3월 28일 걷기 3일 |
| 코스 | 프랑스길 (생장피드포르 → 산티아고) | 나카헤치 (다키지리오지 → 혼구) |
| 동행 | 혼자 출발 | 어머니와 둘이 |
| 증빙 | 콤포스텔라(완주증) + 크레덴셜(순례자 여권) | 현지에서 확인 |
쿠마노고도 쪽은 다나베에 2박, 카와유 온천에 2박 하면서 숙소를 거점으로 두고 버스로 트레일헤드를 오가는 방식으로 걸었다. 3월 26일 다키지리오지에서 시작해 다카하라를 지나 치카츠유 부근까지, 27일 치카츠유에서 도유가와까지, 28일 헤이지가와에서 미코시토게를 넘어 혼구까지 — 이렇게 사흘을 이었다. 그 사흘째 정오에 도착한 곳이 혼구 타이샤였다.
가져가야 할 것: 산티아고 쪽 증빙
내가 사무소에 내민 건 두 가지다. 콤포스텔라(완주증)와 크레덴셜(순례자 여권)이다. 크레덴셜은 32일 동안 알베르게와 성당, 바에서 받은 도장이 빼곡히 찍힌 그 종이접이 여권이다.
여기서 실질적인 조언을 하나 하자면 — 산티아고에서 받은 것들을 일본까지 온전한 상태로 가져가야 한다. 나는 산티아고에서 인증서를 받자마자 원통에 넣어뒀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잘한 일이었다. 완주하고 한 달 가까이 지난 뒤에,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다시 꺼내 쓰게 될 줄은 걸을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콤포스텔라 발급 절차 자체가 궁금하다면 산티아고 순례길 기록 전체 목차에 순례자사무소 편을 따로 정리해뒀다.
혼구 타이샤 순례자 사무소에서 있었던 일
3월 28일, 헤이지가와에서 출발해 미코시토게를 넘고 키리하타를 지나 혼구에 닿은 게 정오 무렵이었다. 사흘 중 가장 길고 오르내림이 많았던 날이라,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리가 꽤 무거웠다.
인증을 받는 곳은 혼구 타이샤 아래쪽의 순례자 사무소다. 생각보다 사무소가 꽤 크고 넓었다. 산티아고 순례자사무소를 떠올리며 갔더니 분위기가 상당히 달랐다. 그쪽은 대기표를 뽑고 줄을 서는 관공서 같은 느낌인데, 여기는 훨씬 조용하고 여유로웠다.
절차는 단순했다. 직원에게 듀얼 필그림 인증을 받고 싶다고 문의하고, 산티아고 완주 인증서와 크레덴셜을 보여줬다. 그리고 15분 정도 기다리니 서류가 준비돼 나왔다. 줄을 서서 기다린 게 아니라, 서류를 작성하는 시간이었다.
언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직원이 영어를 꽤 잘했다. 일본어를 못 해도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산티아고에서 영어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은 마음을 놓아도 된다.
받은 것 세 가지
그날 사무소에서 받은 건 정확히 이렇다.
① 듀얼 필그림 인증서. 종이 질감이 도톰한 큰 증서인데, 왼쪽에 산티아고의 조개와 쿠마노의 야타가라스(세 발 까마귀)가 나란히 찍혀 있고 그 아래 SANTIAGO / KUMANO라고 적혀 있다. 오른쪽에는 이름과 날짜가 손글씨로 들어간다. 내 것에는 2026年3月28日로 적혀 있다. 아래에는 쿠마노 혼구 타이샤 궁사의 서명과 인장이 있다.
② 기념 핀 배지. 조개와 야타가라스가 나란히 들어간 작은 핀 배지다. 포장 뒷면에 "산티아고 순례길과 쿠마노고도 양쪽을 완주한 사람을 위한 기념 배지"라는 설명이 영어·일본어·스페인어로 적혀 있다.
③ 기념사진 촬영. 사무소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그리고 이 사진은 그냥 기념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듀얼 필그림을 소개하는 공식 사이트가 따로 있고, 나중에 그곳에 게시된다. 사무소에서 위 사진처럼 사이트 주소와 QR 코드가 적힌 안내 카드를 보여준다. 두 길을 다 걸은 사람들이 이름과 사진으로 한 줄씩 쌓여 있는 페이지라, 거기에 내 사진이 올라간다는 게 인증서를 받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었다.
못 하고 온 것 하나: 혼구 타이샤의 북
솔직하게 남겨두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이중순례자에게는 혼구 타이샤 위에서 북을 세 번 칠 기회가 주어진다. 두 길을 모두 걸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못 쳤다. 순서가 꼬였기 때문이다. 사무소에 가기 전에 이미 신사 위쪽 구경을 다 마치고 내려온 상태였다. 인증서를 받고 나서 "위에서 북을 치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계단을 다시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날은 이미 산길을 한참 넘어온 뒤였고, 어머니와 함께였다.
그래서 혹시 이 글을 보고 가시는 분이라면, 순례자 사무소를 먼저 들르시라고 권하고 싶다. 인증부터 받고 그다음에 신사를 올라가면 한 번에 끝난다. 나처럼 구경을 먼저 하면, 다 끝난 다리로 계단을 다시 오르거나 아니면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가 된다.
나는 포기한 쪽이었고, 그게 지금까지 남는다. 다음에 쿠마노고도의 더 긴 코스를 걷고 오게 되면, 그때는 부탁해서 꼭 쳐보고 싶다.
정리 — 듀얼 필그림 인증, 이렇게 하면 된다
| 단계 | 내용 |
|---|---|
| 출발 전 | 공식 사이트에서 인정 코스와 등록 조건 확인 (제도가 바뀔 수 있으므로 필수) |
| 산티아고 | 콤포스텔라와 크레덴셜을 받고 상하지 않게 보관 |
| 쿠마노고도 | 나는 나카헤치를 걸어 혼구에 도착 |
| 혼구 도착 | 신사 구경보다 순례자 사무소를 먼저 (북 때문에) |
| 사무소 | 직원에게 문의 → 산티아고 인증서·크레덴셜 제시 → 약 15분 대기 → 수령 |
| 받는 것 | 인증서 + 핀 배지 + 기념사진 (공식 사이트 게시) |
절차 자체는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두 길을 걷는 일이고, 그건 이미 하고 온 뒤일 테니 사무소에서의 15분은 오히려 편안한 시간이었다.
두 길을 다 걷고 나서
산티아고를 걸을 때 나는 혼자였다. 32일 동안 매일 다음 마을만 보고 걸었고, 대성당 앞에 도착했을 때는 어딘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쿠마노고도는 어머니와 함께였다. 나카헤치는 가장 짧고 쉬운 길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산길이 8할이라 오르막내리막이 많았고, 비 온 뒤라 미끄럽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곧잘 따라오셨다. 조경 일을 하시는 분이라 꽃과 나무를 보고 사진을 찍느라 자주 멈춰 섰고, 나도 같이 멈춰서 이건 무슨 나무냐고 물었다. 스페인은 어땠느냐고 물으시기도 했고, 결혼 이야기도 나왔다.
같은 조개 표시를 두 나라에서 따라 걸었는데, 걷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던 셈이다. 그 두 가지가 종이 한 장에 나란히 찍혀 있는 게 듀얼 필그림 인증서다. 그래서 이 인증서는 나에게 "두 길을 완주했다"는 기록이라기보다 혼자 걸은 32일과 어머니와 걸은 사흘이 한 장에 겹쳐 있는 물건에 가깝다.
순례길이 남긴 것에 관해서는 산티아고를 걷기 전의 나와 완주 후의 나에, 다시 걷는다면 어떻게 하겠는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는다면?에 따로 적어뒀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왜 특별한지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글에 있다.
쿠마노고도 쪽 이야기 — 나카헤치 일정 짜는 법, 숙소 예약, 실제 비용, 부모님과 함께 걷기 — 는 이어서 하나씩 정리해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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