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는다면? | 780km를 걸은 뒤 알게 된 후회와 조언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는다면? | 780km를 걸은 뒤 알게 된 후회와 조언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한 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다시 간다면 똑같이 갈 건가요?"
제 대답은 "네." 입니다.
하지만 똑같이 걷더라도 몇 가지는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32일 동안 프랑스길을 걸으며 느꼈던 후회와, 다시 간다면 꼭 바꾸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갈 것입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을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스페인어입니다.
영어는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친구들이나 남미 친구들이 모이면 대화는 대부분 스페인어로 이어졌습니다.
아베 페닉스에서 헤수스가 들려준 인생 이야기.
스페인 친구들끼리 웃으며 나누던 대화.
그 순간들을 모두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다시 간다면 유창할 필요는 없더라도 일상 대화 정도는 공부해서 갈 것 같습니다.
2. 배낭은 반드시 10kg 이하
인천에서 출국할 때 제 배낭은 약 6.5kg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것저것 추가하고 데카트론에서 장비를 구입하다 보니 어느새 10kg을 훌쩍 넘었습니다.
순례길에서는 1kg 차이도 꽤 크게 느껴집니다.
무릎과 어깨의 부담을 생각하면 다시 간다면 무조건 10kg 이하를 유지할 것입니다.
특히 봄이나 가을이라면 겨울보다 짐을 훨씬 가볍게 꾸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 신발은 그대로 선택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신발을 다시 고르겠냐고 물어봅니다.
제 대답은 "아마 그대로 신을 것 같다."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신발은 가볍고 통풍도 좋았습니다.
물론 비가 오면 젖는 단점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만족했습니다.
다만 계절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4. 돈이 아까웠던 소비는 거의 없었습니다
순례길에서는 대부분의 소비가 경험으로 남았습니다.
비싼 음식도 있었고 만족도가 조금 아쉬운 식사도 있었지만,
'괜히 돈 썼다.'라는 생각이 드는 소비는 거의 없었습니다.
돌아보면 모두 추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5. 현지 축제와 와이너리를 더 경험하고 싶습니다
| 팜플로나 소몰이 축제 |
대성당 미사는 이미 파리와 바르셀로나에서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의 작은 마을에서 열리는 축제나 와이너리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간다면 하루 정도 일정을 맞춰 현지 축제를 즐기거나 와이너리를 방문해 보고 싶습니다.
순례길뿐 아니라 스페인의 문화도 더 깊게 느껴보고 싶습니다.
6. 사람들과 사진을 더 많이 찍겠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것은 풍경 사진이 아닙니다.
사람 사진입니다.
찰스 선배님과 스텔라 어머님.
그렉.
JOSE.
현제 형.
에르네스토.
오션.
진명이.
지금도 모두 기억나지만 함께 찍은 사진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다시 간다면 조금 쑥스럽더라도 먼저 사진을 찍자고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7. 가빈과 준혁이형 부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순례길에서는 속도가 다르다 보니 함께 걷는 시간이 계속 바뀝니다.
빈시와 사이먼 부부는 또래였고 성격도 잘 맞았습니다.
저녁에는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지만,
돌이켜보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례길은 사람과의 인연이 가장 큰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8. 산티아고에 조금 더 머물겠습니다
저는 3월 8일 완주 후,
다음 날 피스테라를 다녀오고,
10일 아침 바로 포르투로 이동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습니다.
완주했다는 기쁨을 조금 더 천천히 즐기고 싶습니다.
산티아고의 골목을 걷고,
카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순례를 마친 사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여유를 가져보고 싶습니다.
9. 쉬는 날은 지금처럼
휴식일은
로그로뇨,
부르고스,
레온에서 보냈습니다.
지금 돌아봐도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더 쉬었어야 할 도시도,
덜 쉬었어야 할 도시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때의 선택이 제게는 딱 맞았습니다.
10. 와인 분수는 꼭 들러보세요
나바라 지방의 Wine Fountain은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입니다.
맛만 놓고 보면 엄청난 와인은 아닙니다.
조금 텁텁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순례길 한가운데에서 와인이 나오는 분수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특별합니다.
맛보다 경험.
이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마무리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는다면 분명 조금 더 잘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첫 순례길의 서툴고 낯설었던 감정도 다시는 느낄 수 없겠죠.
그래서 저는 후회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큽니다.
부족한 준비도,
물집도,
비바람도,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도 모두 지금의 저를 만든 경험이었습니다.
혹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고민하고 있다면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고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부족한 채로 떠나도 길은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입니다.
저는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산티아고 프랑스길을 완주했습니다.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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