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하루 일과 | 실제 완주자가 보낸 하루


산티아고 순례길 하루 일과 | 실제 완주자가 보낸 하루 (2026년 프랑스길 기준)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하루 종일 뭘 하면서 보내나요?"

라는 질문입니다.

저 역시 출발 전에는 순례길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했습니다.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프랑스길 약 780km를 걸으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하루가 단순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얻는 행복과 성취감은 생각보다 훨씬 컸습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32일 동안 걸으며 보냈던 하루를 소개해보겠습니다.




07:00~08:00 기상

제가 걸었던 시기는 2월~3월 초 겨울 시즌이었습니다.

겨울의 프랑스길은 일출이 늦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오전 7~8시 사이에 일어났습니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짐을 정리한 뒤 바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며 걷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거리가 긴 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보통 오전 6시쯤 출발했고, 마지막 날에는 아르수아에서 산티아고까지 약 40km를 걸어야 했기 때문에 새벽 4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대성당에 도착하고 싶었습니다.



아침 식사

아침은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전날 슈퍼에서 사둔 빵이나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먹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커피 한 잔이나 음료수와 함께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조식이 포함된 알베르게에서는 조식을 먹고 출발하기도 했습니다.

순례길에서는 아침 식사가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오늘 걸어야 할 거리를 위해 먹는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오전 걷기

제 걸음 속도는 시간당 약 5~5.5km 정도였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평범한 속도였던 것 같습니다.

오전에는 주로 걷는 데 집중했습니다.

길이 좋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걷고, 풍경이 아름다운 구간에서는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어떤 날은 인생에 대해 고민했고,

어떤 날은 사업을 하며 겪었던 일들을 떠올렸고,

어떤 날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람 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발자국 소리에 집중하며 걸었습니다.



점심시간

마을이 보이면 가장 먼저 구글 지도를 켰습니다.

그리고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제가 가장 자주 먹었던 음식은 역시 메뉴 델 디아(Menu del Día) 였습니다.

전채요리, 메인요리, 후식, 그리고 와인이나 맥주까지 포함된 스페인의 대표적인 가성비 식사입니다.

보통 10~15유로 정도였고 순례자들에게는 최고의 한 끼였습니다.

왜냐하면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야 남은 거리를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간중간 맥주도 자주 마셨습니다.

특히 갈리시아 지방 맥주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오후 2~4시, 알베르게 도착

저는 하루 목표 거리를 무리하게 잡지 않았습니다.

평균 27km 정도를 걸었고 보통 오후 2~4시 사이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순례길의 진짜 행복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체크인을 하고 크레덴셜에 스탬프를 받습니다.

그 다음 침대를 배정받고 샤워를 하면서 손빨래를 함께 합니다.

순례길에서는 빨래가 일상이었습니다.

샤워 후에는 잠깐 누워 쉬거나 낮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저녁 시간

저녁은 대부분 직접 해먹었습니다.

같이 걷는 순례자가 생기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파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샐러드를 만들기도 하고,

와인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장 본 비용을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저렴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술은 빠질 수 없었다

사실 저는 술을 꽤 좋아합니다.

물론 술을 마시면 다음 날 몸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20~30km를 걸은 뒤 마시는 맥주 한 잔과 와인 한 잔의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내일의 컨디션보다 오늘의 행복을 선택한 날이 많았습니다.



20:00~22:00 취침

몸이 워낙 지쳐 있다 보니 저녁을 먹고 나면 금방 졸렸습니다.

보통 밤 8시에서 10시 사이에는 잠이 들었습니다.

알베르게 불이 꺼지고,

하루 동안 걸었던 길을 떠올리며 침대에 누워 있으면 자연스럽게 잠이 찾아왔습니다.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순간

매일 달랐습니다.

어떤 날은 순례자와 나눈 대화가 좋았습니다.

어떤 날은 아름다운 풍경이 좋았습니다.

어떤 날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날에는 단순했습니다.

알베르게에 도착해 스탬프를 받고, 씻지도 않은 채 맥주를 한 잔 마시는 순간.

그 순간만큼은 세상 어떤 것보다 행복했습니다.


하루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

보통은 오르막 구간이 많은 날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저는 자기 전마다 부엔 까미노(Buen Camino) 앱으로 다음 날 루트와 고도를 확인했습니다.

오르막이 많으면 잠들기 전부터 걱정이 시작됐습니다.

그중 가장 힘들었던 날은 나바레테에서 나헤라까지 가던 날이었습니다.

태풍 시즌이라 비바람은 계속 불고, 기온은 낮고, 발은 젖고, 물집은 생기고, 아직 순례길에 적응도 되지 않았던 초반이었습니다.

정말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날에도 가장 힘든 순간은 존재합니다.

바로 목적지까지 3~5km 남았을 때입니다.

몸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나고 다리가 무거워지는 구간입니다.

그 마지막 몇 km를 버티고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산티아고 순례길의 하루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일어나서 걷고,

먹고,

걷고,

도착해서 쉬고,

다시 잠듭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하루를 32일 동안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많은 것들이 변해 있습니다.

저에게 산티아고는 여행이라기보다 삶을 조금 더 단순하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장 그리운 순간은 알베르게에 도착해 스탬프를 받고 맥주 한 잔을 마시던 평범한 오후입니다.


저는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산티아고 프랑스길을 완주했습니다.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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