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수아에서 산티아고 40km 하루 완주 | 새벽 4시 30분 출발기

아르수아에서 산티아고 40km 하루 완주 | 새벽 4시 30분 출발기

아르수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보통 이틀에 나눠 걷는 구간이다. 오 페드로우소에서 한 번 끊고, 다음 날 아침에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게 일반적인 마지막 이틀이다. 나는 그 40km를 하루에 몰아서 걸었다. 2026년 3월 8일, 새벽 4시 30분에 아르수아를 나섰다.

2026년 2월 5일 생장피드포르에서 출발해 32일 동안 프랑스길 약 780km를 걸었고, 그 마지막 날의 이야기다. 하루 평균 27km를 걷던 사람이 왜 마지막 날에만 40km를 붙였는지, 깜깜한 새벽에 무엇을 들고 걸었는지, 그리고 오후 3시에 대성당 앞에 섰을 때 실제로 어땠는지를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

새벽 가로등만 켜진 아르수아 거리 - 마지막 날 4시 30분 출발

왜 40km를 하루에 몰아 걸었나

전날 밤 나는 아르수아의 Albergue Ultreia에 묵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동행이던 몬티와 삼겹살구이를 먹었다. 순례길 막바지에 삼겹살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웃기는데, 그 자리에서 이야기가 이렇게 흘렀다. "마지막 날은 빡세게 장식해보자!"

즉흥적으로 나온 말 같지만 계산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귀국 일정이 정해져 있었고, 산티아고 이후에 바르셀로나에서 홀덤 대회에 참가할 계획이 있었다. 하루를 줄이면 그 일정이 훨씬 편해졌다. 마지막을 근사하게 끝내고 싶은 마음과 현실적인 일정이 같은 방향을 가리켰고, 그래서 강행군을 택했다.

덧붙이자면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권유가 아니다. 32일을 걸어오며 몸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상태였고, 마지막 날이라 다음 날 걱정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중간에 이런 식으로 40km를 붙이면 그다음 날이 무너진다.

새벽 4시 30분, 헤드랜턴 하나로 출발

평소 내 하루는 오전 7~8시에 일어나 날이 밝은 뒤 출발하는 리듬이었다. 겨울 순례길에서는 그게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40km를 걸으려면 그 리듬으로는 답이 없다. 그래서 이날만 4시 30분에 길을 나섰다.

불빛은 헤드랜턴이었다. 헤드랜턴을 쓰고 출발했고, 필요할 때는 휴대폰 플래시를 함께 켰다. 실제로는 둘을 번갈아가며 썼다. 위 사진처럼 마을 안에서는 가로등이 있어서 그나마 걸을 만했다.

새벽 출발을 택한 데는 일정 말고 다른 이유도 하나 있었다. 늦은 밤에 지쳐서 도착하는 게 아니라, 아직 해가 남아 있을 때 산티아고 대성당 앞에 누워서 그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마지막 날의 그림을 미리 그려둔 셈이다.

처음 두 시간은 거의 숲길, 정말 깜깜했다

문제는 마을을 벗어난 다음이었다. 걷기 시작하고 처음 두 시간은 거의 숲길이었고, 정말 깜깜했다. 가로등도 없고, 앞뒤로 다른 순례자도 거의 없다. 헤드랜턴이 비추는 딱 그 반경만 세상이고 나머지는 전부 검은색이었다.

날이 밝고 나서 같은 길을 보면 이런 풍경이다. 이끼 낀 나무들이 늘어선, 갈리시아다운 예쁜 숲길이다. 그런데 새벽 5시의 이 길은 완전히 다른 장소처럼 느껴진다.

이끼 낀 나무들이 늘어선 갈리시아 숲길 - 날이 밝은 뒤

야간 보행을 계획한다면 이 두 시간을 미리 각오하는 편이 좋다. 헤드랜턴은 손이 자유롭다는 것만으로 휴대폰 플래시와 차이가 크다. 다만 배터리는 유한하니 휴대폰 플래시를 예비로 쓸 수 있게 보조배터리를 챙겨두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어두운 구간에서는 혼자보다 동행이 있는 편이 확실히 낫다.

새벽엔 추웠고, 11시부터는 반팔이었다

3월 초 갈리시아의 새벽은 꽤 추웠다. 그런데 해가 오르면서 기온이 계속 올라갔고, 11시 이후부터는 반팔만 입고 걸었다. 하루 안에서 겨울과 봄을 다 겪은 셈이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마을 도로 - 오전 10시경

그래서 이런 날은 옷을 벗고 입기 좋게 배낭 맨 위에 정리해두는 게 낫다. 새벽에는 껴입고, 해가 나면 벗어서 넣고, 쉴 때 다시 걸치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다. 참고로 이건 2026년 3월 초의 내 경험이고, 같은 시기라도 비가 오면 체감은 완전히 달라진다.

50분 걷고 10분 쉬고 — 40km를 버틴 방법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다. 32일치 피로가 이미 몸에 쌓여 있는 상태였다. 어깨가 아파왔고 발도 아팠다. 새로 생긴 통증이라기보다 계속 참고 있던 것들이 거리 앞에서 한꺼번에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방법을 하나 정했다. 50분 걷고 10분 쉬기. 이걸 하루 종일 반복했다. 그냥 걷다가 힘들 때 쉬면 쉬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나중엔 주저앉게 되는데, 시간을 미리 정해두니 "10분 뒤엔 쉰다"는 게 계속 앞에 놓여 있었다. 40km를 하루에 걷는다면 이 규칙 하나는 정해두길 권한다.

아르수아 치즈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와 감자튀김 - 중간 점심

중간에는 제대로 먹었다. 이날 낮에 남은 사진이 이 접시다. 치즈 소스를 얹은 스테이크에 감자튀김. 40km를 걷는 날 굳이 아껴 먹을 이유는 없었다.

오후 3시, 대성당 앞에 섰다

산티아고에는 오후 3시쯤 도착했다. 새벽에 그리던 그림대로였다. 해가 충분히 남아 있었고, 광장에는 여유가 있었다.

오후 3시 산티아고 대성당 정면 - 오브라도이로 광장 도착

마지막 날은 몬티와 함께 걸었다. 전날 밤 삼겹살을 앞에 두고 40km를 정한 그 사람과 같이 도착한 셈이다.

도착하니 몸 안에 있는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이게 벅차오름인지,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인지,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다만 "또 하나 해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눈물은 안 났다. 영화처럼 주저앉아 우는 장면을 상상했다면 미안하지만, 내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조용하고 확실한 감각에 가까웠다.

순례자 스티커로 뒤덮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조형 표지

아르수아에서 40km, 하루에 걸으려면

내가 실제로 해보고 정리한 조건은 이렇다.

  • 마지막 날에만 시도할 것 — 다음 날 또 걸어야 한다면 계산이 완전히 달라진다.
  • 4시 30분쯤 출발 — 오후 3시 도착을 기준으로 잡으면 광장에서 쉴 시간이 생긴다.
  • 헤드랜턴은 필수, 휴대폰 플래시는 예비 — 처음 두 시간의 숲길은 정말 어둡다.
  • 50분 걷고 10분 쉬기 — 시간으로 끊어야 후반이 버텨진다.
  • 새벽 추위 대비 옷은 꺼내기 쉽게 — 낮에는 반팔이 될 수도 있다.
  • 가능하면 동행과 함께 — 어두운 구간에서도, 도착 순간에도 차이가 크다.

숙소나 알베르게 정보, 구간별 거리는 시즌에 따라 바뀌니 출발 전에 Gronze 같은 공식 정보나 현지 안내로 다시 확인하는 게 좋다. 여기 적은 건 어디까지나 2026년 3월 8일 하루의 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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