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이 특별한 이유 | 내가 다시 걷고 싶은 진짜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이 특별한 이유 | 내가 다시 걷고 싶은 진짜 이유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왜 그렇게 좋았어?"

사실 처음에는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아름다운 풍경 때문일까요?

맛있는 음식 때문일까요?

780km를 완주했다는 성취감 때문일까요?

물론 그런 이유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생각해보니 제가 산티아고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파리 기차역에서 시작된 인연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70대 한국인 노부부였습니다.

영어 이름은 찰스와 스텔라.

저는 찰스 선배님, 스텔라 어머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첫 만남은 파리 기차역이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인사만 나눈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인연은 순례길의 마지막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이어졌습니다.

속도는 달랐습니다.

어떤 날은 제가 먼저 도착했고,

어떤 날은 선배님 부부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같은 알베르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70대에 780km를 걷는다는 것

찰스 선배님은 순례길을 위해 3년을 준비하셨다고 했습니다.

어머님과 함께 긴 시간을 계획하고 준비해 결국 이 길 위에 오신 것이었습니다.

선배님은 늘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인생을 조금 더 오래 살았으니 선배님이라고 불러."

칠순을 넘긴 두 분이

낯선 사람들과 같은 방에서 자고,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사용하고,

하루 수십 km를 걸으며,

새로운 사람들과 식사를 하는 모습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같이 제 생일도 보냈고,

자녀 이야기,

인생 이야기,

노후 이야기들을 들으며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순례길을 완주한 지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은 찰스 선배님과 스텔라 어머님입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친구가 되는 곳

한국에서는 처음 본 사람과 하루 종일 걷고,

같이 장을 보고,

저녁을 만들어 먹고,

와인을 나눠 마시는 일이 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그게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어느 날은 함께 걷고,

어느 날은 같은 알베르게에서 만나고,

또 어느 날은 같이 장을 봅니다.

파스타를 만들고,

샐러드를 만들고,

늦게 도착한 순례자에게 음식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모든 과정이 전혀 인위적이지 않았습니다.

억지로 친해지려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던 밤

순례길 초반에는 현제 형과 약 10일 정도 함께 걸었습니다.

현제 형은 기간제 교사를 그만두고 모아둔 돈으로 육로 세계여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군대도 같은 부대 출신이라 금방 가까워졌습니다.

우리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형은 세계여행이 끝나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그 돈으로 요트를 사서 세계를 항해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는 당시 울릉도에 정착해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비록 귀국 후 직접 답사를 다녀오고 그 계획은 접었지만,

그때 나눴던 대화는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순례길은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솔직해지게 만듭니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부엔 까미노"

순례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화는 인사였습니다.

길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은

"Buen Camino"

라고 말합니다.

좋은 길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르지만

서로의 여정을 응원합니다.

단순한 인사지만 참 따뜻했습니다.


가장 고마웠던 사람, 스노우맨

중후반부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온 '스노우맨'이라는 이름을 가진 분과 많이 걸었습니다.

제 아버지보다 두 살 어린 분이었습니다.

이미 포르투갈길을 완주했던 경험자이기도 했습니다.

스노우맨과 함께 걸으면 항상 즐거웠습니다.

제 영어 수준에 맞춰 천천히 이야기해주고,

쉬운 단어를 골라 말해주고,

제가 이상한 문장을 말해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유쾌한 사람이었습니다.

여자친구 이야기,

미국 이야기,

일상 이야기,

별것 아닌 대화들이었지만 함께 걷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헤어질 때는 각자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산티아고가 일반 여행과 다른 이유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일반 유럽여행과 뭐가 달라?"

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여행은 좋은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즐거운 경험을 하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순례길은 조금 다릅니다.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의 삶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고난이 있습니다.

오르막길도 있고,

비도 맞고,

물집도 생깁니다.

하지만 그런 고난이 있기에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은 더욱 커집니다.

어쩌면 인생과 가장 닮은 여행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왜 사서 고생하냐고요?

출발 전 많은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려고 해?"

하지만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던 것은 고생이 아니었다고.

고난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

긴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

그것을 부러워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산티아고 이후 달라진 것들

드라마처럼 인생이 180도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작은 변화들은 생겼습니다.

아직도 아침 7시면 눈이 떠집니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일과 사업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어떤 성공을 해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해졌습니다.

지금도 그 방법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마무리

산티아고 순례길이 특별했던 이유는 길 때문도,

음식 때문도,

대성당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찰스와 스텔라 선배님,

현제 형,

스노우맨,

그리고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함께 걸었던 수많은 순례자들.

그들이 있었기에 780km는 단순한 걷기가 아니라 인생에 남을 경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젠가 다시 그 길을 걷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목적지가 아니라,

그 길 위의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한 제가 느낀 감정들을 제가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는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산티아고 프랑스길을 완주했습니다.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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