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2박3일 실제 경비와 동선 | ATM이 카드를 먹은 날, 세체니 온천, 굴라쉬

부다페스트 2박 3일에 든 돈부터 적는다. 숙소 두 밤에 약 7만 5천 원, 현지에서 쓴 돈이 약 9만 5천 포린트와 11유로였다. 식당 세 곳과 카페, 온천, 지하철, 그리고 홀덤 토너먼트 참가비까지 다 넣은 숫자다. 여기에 ATM이 카드를 먹는 바람에 다시 뽑느라 낸 수수료 만 원 가까이가 얹혔다.

2026년 1월 22일 아침에 도착해 24일 아침에 프라하로 떠났다. 산티아고 순례길 앞에 붙인 유럽 일정의 첫 도시였다. 첫날은 혼자였고, 둘째 날은 넷이었다. 이 글은 그 이틀 동안 어디를 가고 무엇을 보고 먹고 얼마를 냈는지, 그리고 은행 앞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순서대로 적은 기록이다. 금액은 여행 중에 내가 직접 적어 둔 경비 노트 그대로다.

눈 녹은 부다페스트 시내, 트램과 노란 택시가 지나는 거리

첫날 — 혼자 굴라쉬를 먹고, 카드를 잃고, 홀덤을 쳤다

상하이에서 열 시간을 경유하고 새벽 비행기로 넘어온 터라 첫날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공항버스로 시내에 들어와 아침을 먹고, 카페에 앉았다가, 점심으로 곧장 굴라쉬를 먹으러 갔다.

게토 굴라쉬(Gettó Gulyás)였다. 첫 식사라 돈을 신경 쓰지 않고 굴라쉬와 마르하푀르켈트를 같이 시켰다. 굴라쉬는 국물이 있는 수프에 가깝고, 푀르켈트는 소고기를 진하게 졸인 스튜다. 둘 다 맛있었는데, 시간이 지나 남은 인상은 전체적으로 짰다는 것이다. 영수증에는 11,290포린트, 30.51유로라고 찍혀 있다.

게토 굴라쉬의 굴라쉬 수프
게토 굴라쉬의 마르하푀르켈트, 소고기 스튜

숙소는 첫날만 1인실로 잡았다. 매버릭 부다페스트 소호(Maverick Budapest Soho)의 1인실, 53,430원에 도시세 1.14유로. 장거리 비행 뒤라 피곤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예상은 맞았다. 이 선택은 지금 봐도 잘한 쪽이다.

도하니 거리 시나고그 외관

ATM이 카드를 먹었다

저녁에 홀덤 토너먼트에 나가려면 현금이 필요했다. 바로슈하저 공원(Városháza park) 앞 OTP 은행 ATM에 쏠트래블카드를 넣었다. 저녁 7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넣자마자 기계가 먹통이 됐다. 카드는 안에 있고, 화면은 반응이 없었다. 도착 첫날, 혼자였다.

주변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구해 은행과 연락은 됐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날은 거기까지였다. 카드는 바로 신한 SOL 앱에 들어가 정지시켰다. 현금은 토너먼트 대회장 근처에서 다시 뽑았다. 수수료가 거의 만 원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은행 영업시간에 맞춰 직접 찾아갔다. 은행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ATM은 3일 뒤에나 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그다음 날 프라하로 넘어가야 했다. 카드는 포기했다. 카드 한 장과 만 원, 부다페스트가 나에게 받아 간 수업료다.

이 일에서 배운 것은 단순하다. 해외에서 쓰는 카드는 두 장 이상, 서로 다른 지갑에 두고 다닌다. 그리고 현금을 뽑을 은행은 되도록 영업시간 안에, 지점이 붙어 있는 ATM에서 뽑는다. 기계가 먹으면 그 자리에서 창구로 갈 수 있다.

미라지에서 16등

홀덤은 미라지(Mirage Poker Club)라는 곳이었다. 카지노보다는 홀덤 펍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18시 30분 시작, 바이인 20,000포린트짜리 프리즈아웃이었고, 참가비까지 22,000포린트를 냈다.

미라지 포커 클럽의 18:30 20K HUF 프리즈아웃 토너먼트 화면

결과는 16등쯤. 상금권에는 들지 못하고 아웃됐다. 저녁에 카드를 잃고 밤에 칩을 잃은 날이었다. 택시로 숙소에 돌아왔고, 첫날은 그렇게 끝났다.

둘째 날 — 넷이서 다닌 긴 하루

23일은 동행이 생긴 날이다. 은행에 들렀다 나온 뒤 세체니 온천으로 갔는데, 거기서 아침 일찍 한 명을 만났다. 넷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건 점심 무렵 멘자에서였다. 그렇게 만난 넷이서 하루를 같이 다녔다. 케미가 잘 맞았고, 지나고 보니 이 여행에서 손에 꼽게 긴 하루였다.

재미있는 건 군 이야기였다. 나는 해병대 출신인데, 형 하나는 육군, 다른 형은 공군, 그리고 여자 동행은 해군에서 지금도 복무 중이었다. 한 식탁에 네 군이 다 모인 셈이라, 그 얘기만으로도 한참을 웃었다.

세체니 온천

입장료는 11,800포린트였고, 안에 들어가서 따로 쓴 돈은 없었다. 비싸다고 느꼈지만 나와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야외 노천탕이 환상적이었다. 얼굴은 겨울 공기에 시원하고 몸은 온천물에 따뜻하니, 무릉도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겠다 싶었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이 오르는 세체니 온천 야외탕

같이 있던 형님이 역사에 관심이 많아 세체니 온천과 헝가리 이야기를 탕 안에서 들려줬다. 내용은 솔직히 지금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그때는 재미있게 들었다는 것만 남아 있다. 여행의 기억이란 대개 그런 식이다.

세체니 온천 실내 탕

수건은 숙소에서 쓰던 것을 챙겨 갔다. 세체니의 일반 입장권에는 수건 대여가 포함되지 않아서 직접 가져가거나 현장에서 사야 하고, 탕 안에서 신을 슬리퍼는 필수다. 겨울에는 젖은 머리로 야외탕과 실내를 오가게 되니 작은 수건이라도 하나 챙겨 가는 편이 낫다.

세체니 온천 입구의 당일권 안내판, 현장 구매는 현금

멘자, 그리고 뉴욕카페

점심은 멘자(Menza)였다. 넷이서 접시를 여럿 시켜 나눠 먹었다. 굴라쉬 수프, 치즈를 얹어 구운 빵 그릇에 담긴 수프, 커틀릿에 으깬 감자를 곁들인 것, 스테이크, 그리고 푸아그라. 그중 푸아그라가 입에 가장 잘 맞았다.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특유의 녹진함이 일품이었다. 여기서 추천받은 토카지 와인이 달달하니 맛있었다는 것도 기억에 남는다. 결제는 10,536포린트였다.

멘자에서 먹은 푸아그라

밥을 먹고는 뉴욕카페(New York Café)로 갔다. 유명해서 사진을 찍으러 간 곳이다. 음료 값이 너무 비싸서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내부는 사진 그대로다.

뉴욕카페 내부, 사진을 찍으러 들른 곳

오후 — 영웅 광장에서 성 이슈트반 대성당까지

카페를 나와서는 넷이서 시내를 꽤 돌아다녔다. 순서는 사진에 찍힌 시각 그대로다. 오후 3시에 영웅 광장(Hősök tere), 이어서 바로 뒤 시민 공원의 버이더후냐드 성(Vajdahunyad vára), 그리고 해 질 무렵 성 이슈트반 대성당(Szent István-bazilika)이었다. 이 구간에는 입장료를 낸 기록이 없다. 광장과 성 바깥, 대성당 앞 광장까지는 돈이 들지 않는 곳들이다.

영웅 광장의 열주와 조각상, 1월 23일 오후

영웅 광장은 눈이 녹아 바닥이 젖어 있었고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열주 위에 선 조각상들 아래로 광장이 넓게 비어 있는 장면이 사진에 남아 있다. 바로 옆 버이더후냐드 성은 해자를 건너는 다리로 들어간다. 겨울이라 성 앞 호수는 얼어 있었고, 성 안뜰의 벤치 조각상 주변에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버이더후냐드 성 입구 다리

거기서 대중교통으로 시내로 돌아와 성 이슈트반 대성당 앞에 선 것이 오후 4시 반이었다. 정면 광장의 바닥 문양과 두 개의 탑, 그 사이의 돔이 한눈에 들어오는 자리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성당 앞에서 도나우강 쪽으로 곧게 뻗은 거리를 따라 걸으며 해가 지는 걸 봤다.

성 이슈트반 대성당 정면, 해 질 무렵

타파시오

저녁은 대성당 근처의 타파시오(Tapassio)였다. 여기도 최고였다. 타르타르와 뽈뽀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시켰는데, 그때는 몰랐다. 몇 주 뒤 스페인 순례길에서 타파스를 먹으면서 그제야 같은 결의 음식이었다는 걸 알았다. 마지막에 입가심으로 내준 술이 특히 좋았다. 매운 파인애플과 패션프루트를 넣은 보드카 식후주였는데, 칠리 데킬라 같다고 기억할 만큼 매콤했고 다시 찾아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 결제는 10,896포린트.

식당을 나오니 대성당에 조명이 들어와 있었다. 낮에 본 것과는 다른 건물처럼 보였다.

밤 — 어부의 요새와 국회의사당 야경

저녁을 먹고 나서 강을 건너 부다 쪽으로 갔다. 도나우강 위로 부다 왕궁에 불이 들어와 있었고, 어부의 요새(Halászbástya)에 올라선 것이 저녁 8시 무렵이었다. 옆에 선 마차시 성당의 지붕 타일과 탑이 조명을 받아 낮보다 또렷했다.

도나우강 너머 부다 왕궁 야경
어부의 요새 옆 마차시 성당 야경

어부의 요새에서 보는 국회의사당이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일 것이다. 흰 돌 아치 사이로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 통째로 들어온다. 밤이라 요새 위 테라스까지 따로 돈을 내지 않고 올라갔다. 무료였다.

어부의 요새 아치 사이로 보이는 국회의사당

내려와서는 강가로 갔다. 국회의사당 바로 맞은편 강변에서 캔맥주 하나를 들고 한참을 서 있었다. 밤 9시 가까운 시간이었고, 사진 속 국회의사당은 강물에 그대로 비쳐 있다.

국회의사당 앞에서 캔맥주 하나
강 건너에서 본 국회의사당 야경

그날 밤은 형님 숙소로 갔다. 밤 11시 가까이 되어 찍은 마지막 사진에는 토카이 와인 한 병과 맥도날드 봉지가 놓여 있다. 낮에 멘자에서 추천받아 마셨던 그 와인이다. 넷이서 택시로 움직인 값 2,890포린트는 계산기로 나눠 한 사람에 700포린트 남짓씩 냈다. 이런 하루는 혼자였으면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숙소 2박 — 두 번째 밤은 예약한 곳에서 자지 않았다

둘째 밤은 애비뉴 호스텔(Avenue Hostel)을 21,588원에 예약해 뒀다. 그런데 2층 침대가 너무 삐걱거렸고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결국 동행으로 만난 형님의 숙소에서 잤다. 예약비는 그대로 냈으니 경비에는 넣었다.

숙소 두 밤의 값이 두 배 넘게 차이 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첫날은 피곤할 것을 알고 1인실에 돈을 썼고, 둘째 날은 호스텔로 아꼈다가 결국 그 돈은 버린 셈이 됐다. 다시 간다면 둘째 날도 예약 전에 침대 상태를 후기로 확인했을 것이다.

2박 3일 경비 정리

여행 중에 적어 둔 경비 노트를 날짜별로 옮긴다. 원화로 낸 것과 현지 통화로 낸 것을 나눴다. 환율은 계속 움직이므로 포린트는 각자 그날 환율로 곱해 보시길 권한다. 참고로 노트에 적어 둔 당시 환산은 1포린트에 4.45원 안팎이었고, 영수증 하나에 11,290포린트가 30.51유로로 찍혀 있었다.

날짜항목금액
1/22공항버스2,500Ft
1/22아침5,850Ft
1/22카페2,840Ft
1/22기념 마그넷2,000Ft
1/22게토 굴라쉬 (굴라쉬·푀르켈트)11,290Ft
1/22숙소 매버릭 부다페스트 소호 1인실53,430원 + 도시세 1.14€
1/22저녁4,500Ft
1/22홀덤 토너먼트 바이인 (20K 프리즈아웃 + 참가비)22,000Ft
1/22ATM 재인출 수수료약 10,000원
1/22지하철 · 택시 · 간식500Ft · 5,000Ft · 10€
1/23세체니 온천 입장11,800Ft
1/23멘자 (푸아그라·토카지 등)10,536Ft
1/23스타벅스1,810Ft
1/23타파시오 (타르타르·뽈뽀·식후주)10,896Ft
1/23지하철 · 대중교통 · 택시 분할500Ft · 2,500Ft · 약 723Ft
1/23숙소 애비뉴 호스텔 (예약만, 자지 않음)21,588원
소계원화 (숙소 2박 + 수수료)약 85,000원
소계포린트 (식사·카페·교통·온천·홀덤)약 95,000Ft + 11€

노트 환산대로 1포린트를 4.45원으로 잡으면 포린트 지출은 약 42만 원이고, 홀덤 바이인 22,000포린트를 빼면 약 32만 원이다. 바이인은 여행 경비라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쓴 돈이라 따로 보는 편이 맞다. 뉴욕카페 아메리카노는 노트에 금액을 따로 적지 않아 카페 항목에 섞여 있다.

다녀와서 남은 것

부다페스트는 첫날에 카드 한 장을 삼켰고, 둘째 날에 세체니 온천의 야외탕과 푸아그라 한 접시, 어부의 요새에서 본 국회의사당 야경, 그리고 네 군이 한 식탁에 모인 긴 하루를 줬다. 손익을 따지면 남는 장사였다.

24일 아침, 프라하행 버스를 탔다. 그 이동과 프라하에서 쓴 돈은 다음 글에서 이어 적는다.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아는 범위에서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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