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마신 맥주와 와인 이야기 | 32일 동안 마셔본 스페인 술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마신 맥주와 와인 이야기 | 32일 동안 마셔본 스페인 술 후기
산티아고 순례길을 준비하면서 음식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술 이야기는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32일 동안 프랑스길을 걸으며 가장 많이 마신 것은 물 다음으로 맥주와 와인이었습니다.
걷고 나서 마시는 한 잔의 맥주.
저녁 식사와 함께하는 와인 한 잔.
이것도 순례길의 큰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은 순례길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맥주와 와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마신 맥주
Estrella Galicia
순례길을 걸으며 가장 많이 마신 맥주는 단연
에스트렐라 갈리시아(Estrella Galicia)
였습니다.
특히 갈리시아 지방에 들어가면 정말 어디를 가도 보입니다.
처음에는 특별한 생각 없이 마셨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식당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우노 쎄르베사 포르 파보르"
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걷다가 마시는 차가운 생맥주 한 잔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1리터 맥주
레디고스라는 작은 마을에서였습니다.
점심 무렵 식당에 들어갔는데
1리터짜리 생맥주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크기에 놀랐고,
한 모금 마시고는 맛에 놀랐습니다.
차갑고 시원하고 달콤했습니다.
아마 순례길을 걸으며 마셨던 맥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맥주일 것입니다.
의외의 발견, 클라라
한국에서는 잘 마셔보지 못했던 술입니다.
바로
클라라(Clara)
라는 레몬맥주입니다.
맥주의 쌉쌀함과
레몬의 상큼함이 함께 느껴집니다.
더운 날 점심 식사와 함께 마시면 정말 잘 어울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맥주를 잘 못 마시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리오하 와인에 빠지다
순례길을 걷기 전에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특히 리오하(Rioja) 지역을 지나며 와인을 정말 많이 마셨습니다.
마트에서 2~3유로 정도면 살 수 있는데
생각보다 맛이 좋았습니다.
한국이었다면 몇 배 가격에 팔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와인을 고를 때
'RIOJA'
라고 적혀 있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곤 했습니다.
가장 행복했던 술자리
사리아에서의 저녁입니다.
그렉,
가빈,
준혁 형과 함께
1차로 뽈뽀와 화이트와인을 먹고,
2차로 가리비구이를 먹으며 맥주와 와인을 마셨습니다.
음식도 맛있었지만
무엇보다 함께한 사람들이 좋았습니다.
웃고 떠들고,
순례길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의 인생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보낸 몇 시간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순례길에서는 술도 추억이 된다
현제 형과 장을 보며 와인을 사고,
찰스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스노우맨과 맥주를 마시고,
빈시와 사이먼 부부와 웃으며 저녁을 먹고,
순례길에서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과 친해지는 매개체였습니다.
산티아고 도착 후 대참사
사실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는 적당히 마셨습니다.
다음날 또 걸어야 하니까요.
문제는 완주 후였습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날.
저녁 식사부터 시작했습니다.
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
오루호(Orujo).
클럽까지.
정말 종류별로 다 마셨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엄청 힘들었습니다.
순례길보다 숙취가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과 다른 술 문화
가장 좋았던 부분입니다.
순례길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미국,
아일랜드,
스페인,
브라질,
중국,
한국.
국적도 다르고 나이도 다릅니다.
하지만 술자리에서는 그런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처럼
고개를 돌려 마시거나,
두 손으로 술을 따르거나,
나이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같이 건배하고,
같이 웃고,
같이 마시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더욱 편안했습니다.
마무리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많이 마신 것은 맥주와 와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술의 맛보다도 함께했던 사람들입니다.
어떤 날은 유칼립투스 숲을 걷고,
어떤 날은 비를 맞으며 걷고,
어떤 날은 낯선 사람들과 와인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은 좋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만약 다시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아마 또 에스트렐라 갈리시아 한 잔을 주문할 것 같습니다.
저는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산티아고 프랑스길을 완주했습니다. 이 글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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