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유 10시간, 상하이 시내에 나갔다 | 인천-부다페스트 24만원 항공권의 진짜 대가

중국 경유 10시간, 상하이 시내에 나갔다 | 인천-부다페스트 24만원 항공권의 진짜 대가

인천에서 부다페스트까지 항공권이 24만 1,400원이었다. 직항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값이다. 대신 조건이 하나 붙었다. 상하이에서 10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 글은 그 10시간을 공항 의자에서 버티는 대신 시내로 나가 목욕탕에서 보낸 기록이다. 결론부터 적자면, 다시 같은 일정을 만나도 나는 또 나갈 것이다.

상하이 푸동국제공항 터미널 - 붉은 上海 SHANGHAI 표기와 계류장

어떤 항공편이었나

중국동방항공이었다. 2026년 1월 21일 인천을 떠나 상하이 푸동국제공항에 15시 40분 도착했고, 부다페스트행은 다음 날 새벽 1시 50분 출발이었다. 대기 시간은 약 10시간이다.

애매한 시간이다. 자기에는 짧고 앉아 있기에는 길다. 공항에서 열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어 시내로 나가기로 했다.

배낭은 부치고 몸만 나갔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짐이었다. 배낭은 인천에서 부다페스트까지 부쳤다. 상하이에서 찾아 다시 맡기는 절차가 없었다는 뜻이다. 이게 되니까 시내 외출이 가능했다.

입국은 무비자 환승으로 했다. 다만 줄이 길어서 심사에만 한 시간쯤 걸렸다. 10시간 중 한 시간이 여기서 빠진다고 계산해 두는 편이 낫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 버스를 물어물어 탔다

공항버스를 탔다. 노선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자리를 찾았다.

상하이 푸동공항 공항버스 4호선(机场四线) 안내 표지판 - 노선과 시간표

내가 찍어 둔 표지판을 보니 공항버스 4호선(机场四线)이었다. 표지판에 적힌 내용은 이랬다.

항목내용
종점상하이역 북광장(上海火车站 北广场)
운행첫차 07:00 / 막차 23:00
주요 정차푸동공항 → 한단로(우자오창) → 윈광신촌(다바이수) → 훙커우 축구장(화위안로) → 상하이역 북광장

버스에서 내린 뒤 목적지까지는 택시를 탔다. 돌아올 때도 택시로 공항까지 왔다. 그날 상하이에서 쓴 교통비는 220위안이다. 버스 한 번과 택시 두 번을 합한 금액이다.

환전은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이번 경유에서 가장 요긴했던 것은 알리페이(支付宝)였다. 택시를 부르고 결제하는 것까지 이 앱 하나로 끝냈다.

준비는 한국에서 마쳤다. 롯데카드에 위안화를 충전해 알리페이에 연동해 두었고, 앱 본인 인증도 출국 전에 끝냈다. 현지에 도착해서 하려고 하면 늦는다.

통신은 중국 eSIM을 3,400원짜리 하루치로 샀다. 다만 구글 지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길 찾기를 구글에 의존할 생각이라면 미리 대비하는 편이 낫다.

10시간을 목욕탕에서 보냈다

택시로 찾아간 곳은 극락탕(极乐汤)이라는 목욕탕이었다.

밤에 조명이 켜진 상하이 극락탕(极乐汤) 건물 외관

일본식 목욕탕을 크게 지어 놓은 곳이다. 안에 들어가면 관내복으로 갈아입고 목욕탕과 찜질방, 식당을 오갈 수 있다.

상하이 극락탕 찜질방 - 자갈 위에 누워 쉬는 자리와 자수정 벽

찜질방 바닥이 자갈이었다. 그 위에 수건을 깔고 누워 있으면 등이 눌리면서 따뜻해진다. 벽 한 면은 자수정으로 채워져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찜질방 안에 무료 음료 코너가 꽤 크게 있었다는 점이다. 오래 머물러도 목이 마르지 않았다.

식당과 생맥주

안에는 뷔페 형태의 식당이 있었다.

극락탕 뷔페에서 담아 온 양꼬치와 볶음밥, 생맥주 한 잔

양꼬치와 볶음밥, 튀김을 접시에 담아 왔다. 생맥주가 무료였던 것이 특히 좋았다. 10시간을 버텨야 하는 사람에게 이만한 조건이 없다.

극락탕에서 쓴 돈은 280위안이다. 교통비 220위안과 합하면 그날 상하이에서 쓴 돈은 500위안, 우리 돈으로 10만 5천 원쯤 된다.

다시 같은 일정이라면

무조건 시내로 나간다.

솔직히 말하면 나가기 전에는 걱정이 앞섰다. 말도 안 통하고 결제도 낯설 것 같았다. 그런데 가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중국이 괜찮았다. 다음에 가면 목욕탕 말고 관광지나 맛집도 가 보고 싶어졌다.

경유 10시간이 항공권 값을 깎아 준 대가라면, 나는 그 대가를 치른 것이 아니라 하루를 더 얻은 셈이 됐다.

정리하면

항목내용
항공중국동방항공 / 인천→부다페스트 24만 1,400원
경유상하이 푸동 1/21 15:40 도착 → 1/22 01:50 출발 (약 10시간)
입국무비자 환승 / 심사 줄에서 약 1시간
수하물부다페스트까지 부침 (중간에 찾지 않음)
이동공항버스 4호선 + 택시 2회 / 220위안
극락탕280위안
결제알리페이 (롯데카드 위안 충전 연동, 인증은 한국에서)
통신중국 eSIM 하루치 3,400원 / 구글 지도는 잘 안 됨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 주시면 아는 만큼 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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