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현금·카드 사용법 | ATM·소도시 결제 실제 경험
산티아고 순례길 현금·카드 사용법 | ATM·소도시 결제 실제 경험
산티아고 순례길 현금을 얼마나 들고 가야 하는지는 출발 전에 꽤 오래 고민하게 되는 문제다. "요즘은 유럽도 카드가 다 된다"는 말과 "순례길은 현금이 없으면 곤란하다"는 말이 동시에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나는 결국 두 이야기가 다 맞다는 쪽에 가까웠다. 카드로 해결되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현금이 없으면 아예 계산이 안 되는 날도 분명히 있었다.
나는 2026년 2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32일 동안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프랑스길 약 780km를 걸었다. 이 글에서는 그 32일 동안 현금과 카드를 실제로 어떻게 나눠 썼는지, ATM은 어디서 뽑았고 수수료는 어땠는지를 정리했다.
출발할 때 가져간 유로는 100유로뿐이었다
한국에서 미리 은행에 가서 환전한 건 없었다. 공항에서 수령하는 서비스로 100유로만 받아서 출발했다. 32일짜리 여행의 시작 자금치고는 적어 보이지만, 처음부터 현지에서 뽑아 쓰겠다고 생각하고 짠 계획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 출발할 때 큰돈을 들고 다니면 그만큼 잃어버릴 걱정을 배낭 안에 같이 넣고 걷게 된다. 초반 며칠을 버틸 정도만 들고 가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필요할 때 채우는 방식이 나에게는 편했다. 다만 이건 현지 ATM을 쓰는 게 전제이므로, 카드가 안 되는 상황을 대비한 최소한의 여유는 따로 생각해둬야 한다.
카드는 트래블월렛과 트래블로그 두 장
카드는 트래블월렛과 트래블로그 두 장을 가져갔다. 한 장만 들고 가는 게 불안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카드가 막히거나 잃어버리면 그날부터 아무것도 못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32일 동안 그런 일은 없었지만, 두 장을 나눠서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했다.
실제로 써보면서 가장 신경 쓰인 건 카드 자체보다 수수료였다. 보통 수수료가 붙기 때문에 뽑기 전에 잘 확인해야 한다. 특히 ATM 기기에 따라 수수료가 많이 나오는 곳이 꽤 많았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어느 기기를 쓰느냐에 따라 빠져나가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참고로 카드사·은행의 수수료 정책은 시기에 따라 바뀌는 부분이라, 출발 전에 본인이 쓸 카드의 해외 인출 조건을 다시 한번 공식 안내로 확인하는 게 좋다. 내가 걸었던 2026년 초 기준의 체감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읽어주시면 좋겠다.
5일에 하루꼴로 현금만 받는 곳을 만났다
"카드가 안 된다"는 상황이 얼마나 자주 오냐고 묻는다면, 내 경우는 5일 중 하루 꼴이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 있는 빈도도 아니다. 카드만 들고 걸었다면 32일 동안 여섯 번쯤은 난처했을 계산이다.
도네이션함이 놓여 있는 곳도 있었고, 아예 오롯이 현금만 받는 곳도 꽤 있었다. 도네이션함은 애초에 카드를 낼 방법 자체가 없다. 알베르게 종류를 정리하면서도 다뤘지만 도네이션형 숙소는 정가가 없는 대신 각자 낼 만큼 함에 넣는 구조라, 지폐나 동전이 손에 없으면 마음이 있어도 낼 수가 없다. 도네이션형은 숙박만 하면 10~12유로, 저녁까지 포함되면 15~20유로 정도를 냈다.
일반 알베르게 숙박비도 체감상 약 5~20유로 정도였다. 금액 자체가 그렇게 비싸지 않다 보니, 카드가 되는 곳이어도 보통은 그냥 현금으로 냈다. 몇 유로짜리 결제를 카드로 하면서 수수료를 신경 쓰느니, 주머니에 있는 현금으로 끝내는 게 간단했다. 숙박비를 포함한 전체 지출은 32일 실제 비용 정리에 따로 적어뒀다.
그래서 순례길을 걷는 동안에는 늘 200~300유로를 현금으로 들고 다녔다. 이 정도면 며칠간 숙박과 식사를 현금만으로 해결할 수 있고, 잃어버렸을 때 여행이 끝나버릴 만한 금액도 아니다.
ATM은 쉬는 날 대도시에서, 대형은행 기기로
현금은 쉬는 날 대도시에서 채웠다. 걷는 날에 시간을 쪼개 은행을 찾아다니는 것보다, 어차피 도시에 머무는 날에 한 번에 처리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다. 한 번 뽑을 때 보통 200~300유로를 뽑았다.
기기를 고르는 기준은 하나였다. 대형은행의 ATM이 수수료가 적은 편이었다. 관광지 골목이나 상점 안에 놓인 소형 기기들은 편해 보여도 수수료 면에서 손해를 보기 쉬웠다. 그래서 화면에 뜨는 수수료 안내를 끝까지 확인하고, 조건이 마음에 안 들면 취소하고 다른 기기를 찾았다. 이 습관 하나로 아낀 돈이 적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소소한 절약은 비용 줄이는 방법 10가지에도 정리해뒀다.
정리하면 내 현금 운용 방식은 단순했다. 쉬는 날 대도시 대형은행 ATM에서 200~300유로를 뽑고, 그걸 다음 쉬는 날까지 나눠 쓰는 것이다. 소도시 구간에서는 ATM을 찾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고, 도시에서 채워둔 현금으로 버티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다시 걷는다면 현금은 똑같이 챙기겠다
순례길을 다시 간다면 나는 현금을 똑같이 챙길 것이다. 순례길 도중 만나는 곳들은 아직 옛날 시스템을 따르는 곳이 많고, 현금을 원하는 곳이 꽤 있기 때문이다. 이건 불편이라기보다 그 길의 성격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기준을 한 줄로 말하면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현금이다. 너무 많이 들고 다니면 분실 걱정이 생기고, 너무 적게 들고 다니면 현금만 받는 곳에서 발이 묶인다. 나에게는 200~300유로를 유지하면서 쉬는 날마다 다시 채우는 방식이 그 균형점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현금, 요약
- 출발 시 현금: 공항 수령 서비스로 100유로만
- 카드: 트래블월렛·트래블로그 2장 (분산 보관)
- 순례 중 현금 보유: 200~300유로 유지
- 인출: 쉬는 날 대도시 대형은행 ATM에서 200~300유로씩
- 현금만 받는 상황: 5일에 하루 꼴 (도네이션함·현금 전용 숙소 등)
- 다시 걷는다면: 똑같이 —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게
여기 적은 금액과 빈도는 2026년 2~3월에 겨울 프랑스길을 걸은 내 경우다. 계절과 루트, 그리고 카드사의 수수료 정책은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출발 전에 본인이 쓸 카드의 최신 조건은 공식 안내로 꼭 다시 확인하시길 권한다. 다만 "현금을 어느 정도는 들고 걸어야 한다"는 부분만큼은, 32일을 걸어본 지금도 같은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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